감성사진 이야기

안개낀 덕봉산에서 (사부님 촬영)

han돌소 2012. 12. 18. 05:35

 

 

나무를 읽다     / 양현주

 

내가 나무잎이었다면

한 계절 나무를 떠날 수 있었을 텐데요

봄이면 부메랑처럼 되돌아와

초록 눈물 뚝, 뚝 흘리며

당신 발등상에 무릎을 꿇더라도

지금 떠날 수 있었을 텐데요

 

나는

당신이예요

단단한 박달나무 주위를 빙빙 돌다가

짐승처럼 울고

숲에 갖혀 나무가 된 나는

당신 속안에

늘어나는 줄을 긋던 하얀 나이테

 

날마다 손 끝으로

더듬거리며 당신을 읽어요

당신을 떠날 수 없었던 나는

해마다 동그랗게 당신 가슴 안쪽을 읽어요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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