나무를 읽다 / 양현주
내가 나무잎이었다면
한 계절 나무를 떠날 수 있었을 텐데요
봄이면 부메랑처럼 되돌아와
초록 눈물 뚝, 뚝 흘리며
당신 발등상에 무릎을 꿇더라도
지금 떠날 수 있었을 텐데요
나는
당신이예요
단단한 박달나무 주위를 빙빙 돌다가
짐승처럼 울고
숲에 갖혀 나무가 된 나는
당신 속안에
늘어나는 줄을 긋던 하얀 나이테
날마다 손 끝으로
더듬거리며 당신을 읽어요
당신을 떠날 수 없었던 나는
해마다 동그랗게 당신 가슴 안쪽을 읽어요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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